박병규 저서 사인회 “암행어사 출두야”
입력 : 2024. 08. 05(월)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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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저널]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의 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이요.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라. 촉루락시 민루락(燭淚落時 民淚落)이니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라.

춘향전의 이몽룡이 한양에 간 후 암행어사가 돼 다시 남원골로 돌아와서 주색잡기에 빠진 채 잔치를 벌이고 있는 변 사또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진 시(詩). 소설이 말하는 시대나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나 힘없는 백성은 늘 헐벗고 굶주리고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춘향전은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과 함께 변 사또를 내세워 폭정을 일삼는 관리의 부패한 일상을 조명하면서 일찍이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웠다. 소설이 나온 지 수백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임 사또에 빌붙어 백성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방 등 6방과 관속들. 춘향전은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모든 여건은 비슷하다. 이 시대도 자신이 유권자로 뽑아준 권력자들, 그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기 바쁘고, 빌려준 권력에 줄을 서고 그 권력에 아부하고 아첨하기 바쁜 인간들이 적지 않다. 그러고도 입으로는 늘 상 정치권이 바뀌지 않아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이라고 떠들어 대기 바쁘다.

정치인의 정치가 문제인지,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권력의 문제일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모든 문제의 본질은 그 권력을 선출해주고 권력을 빌려주는 유권자 즉 토양이 가장 먼저로 본다.

아무리 좋은 나무도 썩어버린 토양에 심는다면 자라기는커녕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마저 썩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정치가 후진적이고 선출해준 유권자 즉 국민을 바라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유권자가 그 권력에 아부하고 줄을 서기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뽑은 권력을 견제하고 최소한의 선을 지켜줄 때 비로소 나무는 건강하게 자라서 우리의 그늘이 돼 줄 것이다.

최근 박병규 광산구청장의 저서 사인회에 인파가 넘쳐났다. 체면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로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참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봉투를 마련해 참석한 것이다. 권력자가 행사를 마련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고 봉투를 내미는 습관을 잘 알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행사를 마련하는데 부끄러움마저 없다.

조선 시대 소설 춘향전이 변 씨 성을 가진 신임 사또 곁에 서서 아부하는 6방 관속의 모습이 과연 이 시대 권력자 주변을 서성거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잔치에 머리를 조아리고 술을 따르면서 권력의 최측근인 척 자부하는 이방과 구청장의 저서 사인회에 봉투를 내밀고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일까.

올바른 정치를 위해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사또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고을의 백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지로 내미는 이방의 모습에서 나를 찾아야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할 것이다.

백성의 고혈을 짜내 잔치를 벌이는 변 사또,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는 이몽룡의 시. 하루를 살아내기 힘든 시절에 저서 사인회를 빙자해 책 장사에 나서 5~6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소문이 파다한 광산구청장과 다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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